줄거리
빛을 상상해 보자.
의사 집에서 의사 나오고, 변호사 집에서 변호사 나오는 세상.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의 도움 없이 과외 한번 못 받아보고 코피 쏟아가며 공부해
의대에 합격하고, 인턴이 되고, 레지던트가 되던 한 남자를 비춰주던 빛을 상상해보자.
그도 갑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이 어둠 속을 탈출해 존경받는 의사가 되고 부와 명예를 얻고 싶었던 가난한 젊은이 태현. 그러나 갑의 위치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을의 고통. 그리고 이제는 점점 희미해지는 희망의 빛.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둠을 상상해 보자.
아무런 빛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순수한 암흑의 감옥을 말이다.
그것도 3년 동안. 그 안에서 악몽이나마 꿀 수 있었던 것은 차라리 축복이었을까? 우리의 여주인공 한여진이 처한 상황이다. 그녀가 국내 유수 재벌 그룹의 상속녀였다는 것은 오히려 저주였다. 그녀가 저지른 죄에 비해 그 형벌은 너무 참혹했으니까.
“호리병속에 갇힌 지 1165일째. 만일 내가 깨어날 수 있다면 나는 나를 이곳에 가둔 인간들과 그들 편에 선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기로 맹세한다.” 이제 그녀가 깨어나고... 태현과 마주한다.
그리고 다크 초콜릿의 맛을 상상해 보자.
쌉쌀하지만 향기롭고, 묵직하지만 달콤한 다크 초콜릿의 맛을 말이다.
위의 두 남녀 주인공이 만들어낼 케미는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비록 그것이 막장에 갇힌 두 사람 사이의 은밀하고 쌉쌀한 거래에서 시작된 것일망정 한 없이 달콤한 사랑을 노래하고자 한다.
돈벌레, 속물이라는 낙인에도 위악으로 버텨온 연약한 영혼의 주인공과 절망의 늪에서 복수심하나로 살아 돌아온 파멸의 여신 같은 여주인공 사이에서 발아한 연약한 싹이, 결국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명제가 이제는 나이브한 것으로 치부되는 아스팔트 같은 세상을 뚫고나와 거대한 화원으로 꽃피우는, 한 편의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기대해 본다.